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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힐링이 되어주는 꾸꾸

by peperomi 2021. 3. 15.

2020년 11월 28일 강원도 홍천 유기견센터에서 데리고 온 우리 꾸꾸.

 

처음에 호기롭게 데리고 온 것과 달리 막상 품에 안아 데리고 오는 과정에서 남편이랑 다양하고 복잡미묘한 많은 생각들이 오갔던 것도 사실이다. 성별 확인도 안하고 우리집 애다, 하고 데리러 갔던 나의 무모함과,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거야. 라고 내 이야기만을 온전히 다 들어준 남편 덕에 함께 집으로 오게 된 우리 집 강아지.

 

이제 거의 3달을 넘어가는 시점에 와서 돌아보니, 우리 꾸꾸 참 적응을 잘 해주었다. 오자마자 화장실에서 배변을 보아, 우리에게 감탄을 주었던 기억. 침대가 익숙한 듯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이 아이도 한때 누군가에게 분명 사랑 받았던 경험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씁쓸해했던 우리 둘.

 

아무 생각 없이 손, 했더니 손을 주는 모습에 서로 놀라 웃었던 기억, 생각보다 짖는 소리, 울림 통이 엄청나 큰 강아지 처럼 짖는 모습에 놀랐던 시간들. 물론 지금도 짖게 되면 엄청 크게 짖는다. 하지만 왠만해선 짖지 않는 꾸꾸.

 

처음 혀를 내밀고 웃는 모습에 감탄해서 엄청 사진을 찍고 좋아했더니 그 기억이 있는지, 내가 펑펑 울던 그 어느날 내 앞에 앉더니 일부러 헥헥, 계속 눈 마주치고 웃어주는 모습에 진짜 감동했다. 하늘로 간 아둥이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꾸꾸. 어쩜 이렇게 사랑스럽고 똑똑하고 예쁜 아이가 우리에게 와주었을까, 감사한 일이다.

 

남편이 기록해놓은 꾸꾸일지 1페이지의 글을 적어본다.

 

2020년 11월 30일(월)

- 출근할 때 두번 짖음

- 퇴근해서 집에 오니 문 앞 여보 가디건에 앉아있음

- 우리 저녁 먹을 때 약간 낑낑거림, 계속 달라고 쳐다보다 포기하고 누움

- 밥 잘 먹음 

- 산책 가자고 이야기 하는 걸 눈치채고 짖기 시작

- 산책 40분 

- 우리보다 앞서 가고 풀이나 전봇대를 그냥 지나가지 못함

- 산책하는 법을 모르고, 사람 품에 안기는 법을 모름. 

- 하지만 산책을 엄청 좋아하고, 침대도 엄청 좋아함.

 

꾸꾸 처음 보고 반한 사진, 꾸꾸 처음 웃어준 날

 

표정이 달라진 걸 사진으로 다시금 실감한다. 이제 우리랑 진짜 행복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