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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 우당탕 산책일지 (유기견 데려온 후 산책교육, 포인핸드)

by peperomi 2021.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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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후 산책이란 난관을 만나다

오늘은 스트릿 출신 우리 꾸꾸를 데리고 와서 우리가 가장 큰 난관을 겪었던 산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리는 꾸꾸를 데리고 오기 전에 오랜 시간에 걸쳐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심지어 또는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무게감에 입양하지 말자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을 정도로 진지하게 강아지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리고 포인핸드 어플에서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도 다양한 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질병, 생활에 적응 시키는 방법, 대소변 교육 등등. 하지만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우리가 간과했던 바로 딱 한가지가 산책이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산책은?

이전에 키웠던 아둥이도 엄청 훌륭하게 산책을 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흔히 말하는 엄청나게 훌륭한 산책이란 일부 애견인들이 원하는 반려견이 보호자와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진 상태에서 얌전히 속도를 맞추어 걷기만 하는 산책을 말한다.

 

물론 이는 우리가 원하는 산책은 아니다. 우리는 아이가 충분히 냄새맡고 목줄이 채워진 상태에서 많이 뛰고 즐기길 원한다.

 

그래도 아둥이도 어느정도 산책을 즐길 줄 알았던 강아지였기 때문에, 그리고 일반적으로 모든 강아지들은 산책을 좋아하고 즐긴다는 생각이 있었고 빡빡하고 엄격하게 산책을 교육시킬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산책에 대해 큰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꾸꾸의 첫 산책의 모습은 멘붕 그 자체

하지만 처음 꾸꾸를 데려와 집 앞 동물병원에 데려가 산책을 할 수 있는 리드줄을 구입한 후 우리 둘은 멘붕에 빠지게 되었었다. 꾸꾸는 산책 자체를 해 본적은 있었던 것 같지만 자주 산책을 하지는 않았던 것 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를 멘붕에 빠뜨리는 동시에 너무나도 속상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강아지에게 산책이란 전부나 다름없는데, 이러한 산책을 많이 나가지 못했던 것 같은 우리가 알지못하는 꾸꾸의 과거가 조금 많이 안타까웠다. 

 

아무튼 꾸꾸는 한마디로 밖에 나가는 것, 산책 자체를 엄청 좋아했지만, 산책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지한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서 꾸꾸는 채 한걸음을 걷지 못하고 엄청 냄새를 맡다가 가자고 하면 몸을 180도에 가깝게 기울여 다리에 힘을 주고 바닥에 붙어버렸다. 그 상태로 한걸음도 이동하지 못하고 우리는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꾸꾸의 기본 검진을 보면서 담당 수의사 선생님께 문의를 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보통 유기견들이 산책 교육이 잘 안된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시면서 차근차근히 산책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지금도 이때 수의사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너무나 감사한 게, 정말 그 당시 우리에게 딱 맞는 말씀이셨다.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던 것은 일반적으로 강아지들이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하고 풀이나 숲, 나무, 흙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러한 장소에 가면 크게 흥분하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따라서 산책 교육을 위해 꾸꾸는 지금 위와 같은 환경이 아니라 주위에 유혹할 것이 없는 아스팔트 보도를 추천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들은 날부터 바로 우리는 우리 집 앞 도보를 꾸꾸의 산책 코스로 정하고 해당 도보를 걸어다녔다. 집 앞에 있는 길이라 아스팔트였으며, 꾸꾸를 유혹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첫 유격산책 후 웃고 있었던 꾸꾸

 

꾸꾸의 유격산책 

하지만 꾸꾸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다음 전봇대로 가기 위해 힘을 주고 낮은 보폭으로 걸어다니는 유격 산책을 선보였었다. 꾸꾸의 유격산책이란 바로 몸을 가장 낮은 포복 자세로 만든 후 리드줄을 쥔 우리를 끌고 본인이 원하는 목적지로 힘을 주어 가는 산책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아마 의사소통이 불가하고, 산책을 너무나도 좋아했던 꾸꾸에게는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으리라. 하지만 우리에게는 꾸꾸와 함께할 더 많은 날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유격산책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지만 언제까지나 봐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심지어 꾸꾸의 힘이 소형견 치고는 거세었기 때문에 우리 또한 첫 산책 후 멘붕과 동시에 체력 소진으로 뻗는 일이 생겼던 터라 더더욱 꾸꾸에겐 함께하는 산책을 위한 교육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렇게 유격산책이 끝나고 나서 당황한 멘탈로 우리는 유튜브를 검색해서 산책교육에 대한 다양한 영상들을 섭렵했다. 

 

주말 원정 산책 때 웃고 있는 꾸꾸 / 눈 오는 날 첫 산책 집에 들어가기 전 꾸꾸

 

꾸꾸의 산책교육

첫번째, 유혹 없는 길에서 산책하기, 일정한 시간에 매일 산책하기

우선 우리가 시도했던 방법은 일단 수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유혹이 없는 환경에서 산책하기와 더불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산책하기였다. 

 

보통 나와 남편이 퇴근후 집에 와서 꾸꾸 밥을 챙겨주고 저녁을 먹고 나면 8시경이 되는데, 이 시간을 우리의 산책시간으로 정했다. 꾸꾸는 처음에 산책 말만 들어도 엄청나게 짖고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렇게 일정한 시간을 정해 산책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두번째, 산책 준비 마친 후 쉬어주기

다음으로는 산책 준비를 하고 나서 쉬어주는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산책을 나가려 준비를 하게되면 강아지들은 엄청난 흥분과 설레임으로 짖고 뛰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꾸꾸 또한 마찬가지 였는데, 다른 강아지들보다 그 강도가 조금 더 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따라서 우리는 옷을 다 챙겨입고 꾸꾸에게 리드줄을 채워준 후, 티비를 보거나 자는 척을 하거나 핸드폰을 하는 척을 하는 등의 치밀한 연기를 선보였다. 이러한 우리들의 어설픈 연기는 꾸꾸에게 조금 통했던 것 같다. 한 이틀은 꾸꾸가 계속해서 짖는 모습을 보였고, 그 이후로는 엄청나게 낑낑거리며 답답함을 호소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너무나 신기하게 꾸꾸는 내 무릎에 얌전히 앉아 뚫어지게 우리의 동태를 살피게 되었다. 약간 핸드폰 하고 있으면 안간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가자, 라고 말하고 일어나면 다시 짖고 껑충 뛰긴 했지만 나날이 그 강도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번째, 고집부리는 강아지에게 몸으로 방향 보여주기

그리고 산책을 나가서는 꾸꾸에게 이쪽으로 가자, 라고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키며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느날 밤 자기전 산책 교육을 위해 동영상을 보다가 깨닳은 사실. 강형욱 훈련사님이 말씀하시길 손가락으로 아무리 이쪽이라고 말해도 강아지들은 그 쪽이 어딘지 모른다는 것! 와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그동안 왜 몰라 꾸꾸야, 하고 답답해했던 언행들이 너무 미안해지는 순간! 강형욱 훈련사님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몸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내가 먼저 몸을 틀어 가고자 하는 쪽을 알려야 한다고 이야기 하셨고, 이는 우리의 산책교육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리드줄을 잡고 꾸꾸가 안가겠다고 드러눕듯 고집을 부릴 때에 우리는 몸을 틀어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하여, 걸음을 그쪽으로 하는 리액션을 보였고 꾸꾸는 그 방향으로 따라오게 되었다. 물론 이 또한 하루 이틀에 걸쳐 진행된 것은 아니다. 꾸꾸는 꾸준히 매일매일 우리의 산책 훈련에 따라주었고 지금은 유격산책이 아닌 소통산책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산책 후에 항상 웃어주는 꾸꾸

 

꾸꾸의 산책 지금은?

지금도 우리는 1일 1산책을 함께하고 있다. 이러한 1일 1산책은 남편의 큰 도움으로 보다 더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어서 너무 고맙다. 내가 집에서 해야 할 작업이 있을 경우, 남편이 꾸꾸와 함께 산책을 나가는데, 돌아올 때 꾸꾸의 표정이 너무 즐겁게 웃고 있어서 우리 모두 행복해진다. 

 

남편은 꾸꾸와 산책하는 시간이 힐링 타임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꾸꾸는 이제 산책하기 전에 짖거나 엄청나게 흥분하는 모습은 사라졌다. 다만 산책을 위해 하네스를 입을 때에 여전히 흥분상태로 하네스를 깨물깨물 하긴 하는데 이는 엄청나게 약한 정도라 그저 귀엽다. 

 

그리고 산책을 나가면 본인의 코스를 알고 있어 꾸꾸가 앞서서 산책하는 길로 신나게 달려간다. 우리는 강형욱 훈련사님의 말씀대로 2미터의 줄을 사용하고 있으며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줄을 길게 잡아 꾸꾸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실컷 냄새를 맡도록 해준다. 

 

하지만 사람이 다가온다면 두 손으로 잡고 있던 줄을 조절해주어 짧게 잡아줌으로 지나가시는 분들을 배려해드리고 있다. 꾸꾸도 잘 협조해주어 차가 오거나, 횡단보도에 있을 때, 사람이 지나갈 때, 기다려 라고 말해주면 함께 기다려주곤 한다. 

 

꾸꾸는 엄청 냄새를 맡고 다양한 볼일을 보는데, 특히 큰 볼일을 볼 때에 뱅글뱅글 돌고 뒷 발을 두개 다 번쩍 들고 앞발만으로 몸을 지탱한 상태에서 볼일을 보는 모습으로 보여주어 비보잉 꾸꾸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이러한 특징때문에 꾸꾸의 신체에서 앞다리 두개가 상당한 근육질임을 고백하는 바다. 

 

산책 후 노곤한 꾸꾸 / 주말 산책 후엔 엄마랑 뻗는 꾸꾸

 

우리는 평일엔 30분 그리고 주말에는 한시간 이상씩 산책을 해주고 있는데, 평일에 비슷한 코스를 도는 반면, 주말에는 안가봤던 장소들을 중심으로 데리고 가서 보다 더 다양한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모든 산책을 다 좋아하지만 주말 산책을 갔을 경우에는 쉼 없이 냄새 맡는 꾸꾸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더 즐겁다. 

 

강아지에게 다양한 산책을 시켜주는 것은 여자들이 쇼핑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산책은 더 성심성의껏 시켜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리고 산책할 때마다 꾸꾸가 엄청 웃어주어서 사실 산책을 시켜주는 것이라기 보다 함께 더 행복하기 위해 산책한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포인핸드나 다른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기견을 입양하셨다면, 꼭 1일 1산책을 실천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꾸꾸에게 1일 1산책을 시켜준다는 자부심으로 집에 와서 더 당당하게 뽀뽀해달라고 요구한다. 물론 꾸꾸는 산책 후 발을 닦아주는 내 손을 엄청 핥아주고, 기분 좋은 웃음으로 뽀뽀도 허락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꾸꾸와의 산책은 집순이 집돌이인 우리에게도 1일 1산책을 선물해주었다고 고백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