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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가 엄마를 지키는 방법 (포인핸드 입양 후 이야기)

by peperomi 2021. 4. 10.

썸네일 이미지

 

작년 11월 28일, 포인핸드를 통해 꾸꾸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온 지 4달 그리고 몇일이 지났다.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꾸꾸는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웃음을 자아내는 변화 몇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꾸꾸가 정립한 우리집 서열

요즘의 꾸꾸는 우리 집안의 서열을 새로 적립했다. 꾸꾸가 만든 우리집의 서열은 대장(나, 엄마) 그 다음 꾸꾸, 그리고 아빠이다. 너무 웃기고 귀여운데 집안일을 많이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고 이러한 서열을 만든 것이 아닐까 싶어 살짝 작은 반성을 했다.

 

우리가 꾸꾸에게 이러한 서열이 적립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느날 산책 이후였다. 사이좋게 셋이서 산책을 하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신발이 불편해 기다렸다 마지막에 벗고 들어가려 하는데, 꾸꾸가 집 현관에서 중문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남편이 그러한 꾸꾸의 모습을 보고, '여보 이것 좀 봐. 꾸꾸가 여보 들어갈 때까지 안들어가고 기다리고 있어!' 라고 말을 해주었고, 내가 그래? 하고 빨리 신을 벗고 집으로 들어서자 그제야 꾸꾸가 집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남편은 아직 현관에 남아 있는 상태였다.

 

'여보 우리 집 서열 나 꼴지인가봐' 라고 말하는 장난스런 투정에 우리는 모두 웃음이 터졌더랬다. 그리고 바로 유튜브를 검색해보더니 강아지들은 서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내가 우리집 대장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자기 전 배 위로 올라와 애교 부리는 꾸꾸

 

우리집 대장으로 산다는 것

꾸꾸는 그 이후 확실히 나를 대장으로 여기고 대우를 해주고 있다. 여기서 꾸꾸가 해주는 대우라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

 

우선 아침에 씻고 나오면 화잘실 문 앞 발판에 앉아서 기다려준다. 그리고 씻고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거실로 뛰어나간다. 주인 다 씻었지? 하고 확인 받는 기분이다.

 

그리고 저녁에 씻고 나왔을 때에는 발판에서 기다렸다가 나오는 것을 기다려 발에 묻은 물기를 핥아준다. (아침엔 가끔 핥아주는 편이다.) 꼭 씻고 나왔을 때에 물기를 핥아주는 것이 너무 궁금해 검색해보았더니 씻으러 들어간 주인이 물에 빠졌을 까봐 걱정이 되어서 물기를 닦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가끔 새벽까지 노트북을 켜고 거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으면 자러 안방으로 들어갔다가도 다시 나와 방문 앞에 엎드려 한참을 기다려준다. 가끔 오래 걸리는 작업일 경우엔 그냥 들어가서 자라고 이야기 하며 손을 휘저어주는데, 한 세번 그렇게 손을 휘저으면 마지못해 들어가는 모습이 킬링 포인트다. 너무 귀여워.

 

그렇게 새벽 내내 한 세번은 나와주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출근하면 그제야 뻗어서 진짜 완전히 단 잠을 자는 것 아닐까 싶다. 

 

일 그만하고 들어가서 자자는 꾸꾸

 

그리고 산책을 할 때에도 더 가고 싶으면 눈치를 보며 얼굴을 쳐다보는데, 남편 말로는 남편이 혼자 산책할 때엔 남편을 보고 허락을 구하는데, 내가 함께 가면 꼭 나를 쳐다보고 허락을 구한다고 한다. 가자, 라고 말하면 토끼처럼 달려나간다. 그냥 고집을 부리며 가자고 할 수도 있는데 허락을 구하는 그 모습이 예뻐서 꼭 반바퀴를 더 돌게 된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남편이 일어나 씻고 나서 나를 깨우는데, 꾸꾸는 그 사이 일어나 내 머리 맡에서 졸다가 아빠가 오면 꼬리는 흔드는데 남편을 향해 왈왈 짖어댄다. 이게 너무 신기해서 여기저기 검색하고 우리가 유추한 뜻은 아마, 대장 자는데 깨우지마! 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 떄문에 아침에 남편은 작은 간식 두개를 들고 나를 깨우러 온다. 그럼 짖다가 간식을 먹느라 잠깐 멈추게 되니까. 그리고 아니 왜 이렇게 짖어, 꼬리는 흔들어대면서 하고 두 마리 강아지들이 되어 와글와글 장난치는 와중에 일어나는 아침을 맞는다. 

 

새벽에 나와 들어가자고 눈으로 재촉하는 꾸꾸

 

그리고 새벽 늦게 가끔 작업이 끝나고 씻고 자러 침대로 들어가면 아빠 옆에서 자고 있던 꾸꾸가 비척비척 일어나 내 얼굴을 엄청 핥아준다. 핥아준다는 행동의 의미는 사랑한다는 이야기라고 해서 그 때마다 꾸꾸에게 나도 많이 사랑해 꾸꾸야, 하고 말해준다. 

 

스트릿 출신 꾸꾸가 주인을 지켜주는 방법, 바로 본인이 아는 한도에서 가장 많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아닐까? 그렇게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사랑을 말해주고 고맙다고 이야기 해주는 꾸꾸가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포인핸드 입양을 보고 있던 바로 그날, 내가 그 페이지를 그냥 넘겼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이렇게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을 수 있었을까? 우리가 꾸꾸에게 준 것은 너무 작은데, 꾸꾸가 우리에게 주는 게 너무 커서 날마다 행복하다. 

 

씻고 나오면 발 닦아주는 꾸꾸

 

아직도 꾸꾸가 몇살인지도 모르고, 말티즈 견종의 엄마 혹은 아빠, 그리고 다른 어떤 견종의 엄마 혹은 아빠를 두었던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동안 어떤 주인과 함께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것을 보고 느끼고 지냈는지 모르는 우리이지만, 날마다 꾸꾸의 지난 삶의 이야기들을 늘 궁금해하는 우리이지만.

 

앞으로 펼쳐지는 꾸꾸의 하루하루는 정말 행복하고 또 웃다가 지쳐 잠드는 하루이길 바란다.